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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해 먹는 음식을 즐기다 보니,

                                  채소로 느끼는 계절의 변화가 아주 크고 즐겁다.



                            그 계절에만 나오는 채소들에 더욱 관심이 생긴 것이다. 그저 재미있
                            고 예뻐서 좋아했던 영화에 나오던 그 재료가 ‘아, 봄에만 나오는 것이
                            었구나. 아, 엄마가 겨울에 채소를 이렇게 보관해서 나에게 보내주신

                            이유가 있었구나’ 하며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봄의 머위꽃, 여름의 푸
                            릇하고 여린 열무로 먹는 샐러드, 겨울의 땅속 뿌리채소들이 더욱 달

                            아지는 것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이다.
                            계절의 재료, 특히 쌉싸름한 맛이 나는 재료들을 어릴 적부터 좋아했
                            다. 입이 알싸해지고 때론 바르르 떨리게 쓴맛이 날 때도 있지만 입 안

                            에 남는 그 향긋함이 좋았다. 내가 그런 맛을 좋아해서 챙겨주신 건지,
                            엄마가 자주 해주셔서 내가 좋아하게 된 건지 그 시작점은 모르겠지
                            만 엄마는 땅의 기운이 솟고 계절을 머금은 재료들이 시장에 보이면

                            슴슴한 양념으로 자주 요리를 하셨다. 그중에서도 아린 맛으로는 둘
                            째라면 서러운 머위잎과 머윗대를 봄마다 나물로 국으로 부지런히 만
                            들어주시곤 했다. 지금도 다 큰 딸에게 머위쌈, 머윗대, 두릅 등을 계

                            절마다 데쳐서 택배로 보내주실 정도니 아직 챙김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 재료가 주는 건강함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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