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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가이드 자격증(관광통역안내사)을 취득했다. 그때까지

                취득한 것 중 가장 어려운 자격증이다. 이로써 어떤 꼴로 망

                해도 굶지는 않겠다는 희망이 보였다(현실은 희망이 아니라 희망 사
                항이었지만). 자격증을 땄으니 축하도 할 겸 무리해서 태국으로

                여행을 갔다. 이 여행은 나를 예기치 못한 ‘위대한 길’로 안내
                했다. 같은 숙소에 머물던 일본 여인과 꿈에도 생각지 못했

                던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결혼하면서 우리는 둘 다 언어에 지장이 없는 일본에 둥

                지를 잡았다. 만남부터 결혼까지 걸린 기간 4개월, 한국인 남
                편과 아홉 살 연상인 일본인 아내. 국제결혼인 데다 밑천도

                없이 성급히 합친 탓인지 사소한 문화 차이부터 간장 종지에
                남은 간장으로도 다툴 만큼 혹독한 신혼을 보내야 했다.

                   양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사하
                던 날. 내 이삿짐은 거대한 배낭과 노트북 가방, 작은 통기타

                가 전부였다. 국제 화물비를 아끼려고 한국에 남겨둔 애물단
                지들이 있었지만, 몸에 두른 짐과 가방에 필요한 것은 다 있

                었다. 이때부터 내 의식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외박할 때마다 고데기까지 챙겨 다닐 정도였던 내가, 무

                려 생활 터전을 옮기면서도 생각나지 않는 물건은 소유하
                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다만 실행에 필요한 냉정함이 부족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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