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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샘하는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건 내가 노력하고 버텨온 시

                간을 부정당하기 싫은 치기였다.

                   미숙했던 20대 초반. 아르바이트해서 월세 내고 합주실
                비용 내고 데이트도 하다 보면 매달 남는 건 빚 독촉과 만성

                피로뿐이었다. 나에게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 이때 처
                음으로 대출을 알아봤다. 하지만 무리해서 만든 신용카드 대

                금은 밀렸고, 신용이 없는 기타리스트는 은행 돈을 빌릴 수
                없었다. 두려운 마음으로 대부업체에 전화했다. 30%에 가까

                운 이자를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장 전화를 끊고
                혹시라도 상담 내역이 남을까 봐 온라인 정보를 싹 바꿨다.

                이 무렵 진로도 변경했다. 오로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음악을
                관둔 것이다.

                   무대에서 내려와 사회 직급을 단 내 모습은 무척이나 낯
                설었다. 어려운 생계에 허덕이는 처지를 비관하는 상태는 날

                로 심해져,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조차 만나지 않는 고립된
                생활을 자처했다. 그리고 1년 365일 일만 했다. 다행히 빚은

                청산했고 뼈 시린 교훈도 얻었다. 그것은, 인생에서 돈이 최
                고라는 것과 돈을 얕보면 꿈이 깨진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

                각하면 참 어리숙한 결말이지만 당시에는 내가 얻은 교훈이
                진리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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