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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마르는 시간을 견뎌야 하는데, 늘 마음보다 손이 먼저
                나가 붓질하는 타이밍을 놓쳐서 그림을 망치곤 했기 때문이
                다. 그래서 어쩌다 잘 빠진 그림 하나를 건지자마자 그림 공

                부는 일단 끝내고, 수료증 삼아 그 그림을 침실 벽면에 마련
                한 ‘명예의 전당’에 소중하게 걸어두었다. 그러고도 미련이
                남아 두어 해 뒤에는 데생의 기초를 배우러 갔다가 두 달 만

                에 그만뒀고, 다음에는 펜화 드로잉 수업을 시작해서 한 달
                을 채우고는 또다시 중도하차했다. 이렇게 여러 번 다시 시

                도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마무리
                를 잘 지었기 때문인 것 같다. 중도하차하는 순간에도 내가
                그려낸 결과물들을 보면 후회가 들지 않았다. ‘그림 하나 건

                진 게 어디야’라며 오히려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그래서 그
                림 그리기 삼단 콤보를 시식하는 것으로 허기는 달랬지만,
                다른 장르의 그림을 배우러 가겠다고 언제 또 나설지 모르

                기에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는 장담은 할 수 없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일본 드라마 제목).
                자기 검열을 너무 많이 하면 나중에는 판단력이 흐려진다.
                자기 회의도 가끔만 해야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질 때는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별로 기대하지 않아야 부담이 없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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