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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에 있는 버스 회사에서 보람 없는 비서 업무를 했다. 수심에

             차서 양미간을 찌푸리고 살았지만, 그건 자신이 아니라 자녀들
             과 그들의 고민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말했다. “건강만 괜찮으면 걱정할 게 없단다.
             다른 문제는 그저 보기 나름이야.”

               어느 정도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목숨

             을 지키려고 이다지도 힘든 분투를 하는데 내가 어떻게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머니가 눈 감기 몇 주 전, 나는 침상 옆에 앉았다. 어머니의

             작은 연립 주택 침실에 병원용 침대를 들여놓았다. 어머니는 내
             가 없을 때 호스피스 간호사, 절박한 영혼들을 은밀히 추수하는

             젊고 사랑스러운 사신이자 밀렵꾼인 기독교도가 전도한다고 내
             게 알렸다. 그러더니 협탁 서랍을 손짓했다. 나는 서랍을 열고 선

             교용 전단지를 꺼내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졌다.
               난 이 사건에 분노했다. 전화로 불만 사항을 신고하자, 즉시

             간호사가 교체되었다. 그것은 기본이었다. 어머니는 예의 바르

             고 몸이 약해서, 주변을 맴도는 독수리에게 소리치지 못했다. 더
             화가 났던 것은 어머니가 몹시 난처해했기 때문이었다. ‘세속적

             인 유대인’인 어머니는 간호사의 기독교 전도를 들은 게 신앙을,
             적어도 자신의 종교라고 믿는 것을 배신한 것일까봐 걱정했다.

               여느 평범한 유대인처럼 어머니는 내세를 어떻게 믿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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