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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별 거 아냐. 시간은 흐른다. 누구나 이 틀 안에 있다. 숨을

                  쉬어.
                    허무주의에는 영적인 힘이 있다.

                    열린 창으로 드는 마이애미의 보름달 빛 속에서 노엘과 나는
                  보호소의 낡은 소파에 누워 있었다. 서로 다를 것 없는 두 유인

                  원이. 재스민 향이 기억나고, 쏙독새 울음과 현관 불빛 속 나방의

                  날갯짓 소리가 귀에 선하다. 종교적 체험이라고 부를 만한 드문
                  경험으로 남아 있다.









                    다 말하고 보니…… 다시 어머니가 보고 싶다.
                    어머니가 장기간 난소암과 싸운 끝에 54세에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났다. 마지막 15년간 유방암(그리고 양쪽 유방 절제
                  수술), 수차례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와 기력 쇠진, 두 자녀의 소

                  아당뇨병 진단을 감내해야 했다. 또 남편과 힘든 이혼을 하면서

                  얻은 우울증을 끝내 떨치지 못했고, 마침내 7년이나 질질 끈 병
                  마에 목숨을 잃었다.

                    죽음의 망령이 웃음을 날리며 주변을 맴돌고, 바싹 따라붙어
                  치명적인 공격을 미뤘다. 그래도 어머니는 내내 차분했고, 침울

                  하게나마 미소 짓는 힘을 잃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포트 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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