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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오늘은 무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독서실에
서 일찍 나왔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왜 이렇게 빨리 왔느냐며 눈에
힘을 주셨지만, 낮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니 금세 사색이 되어 걱정을
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난 평소에 꾀병 한 번 부려본 적이 없는 데다가 아픈
날이라곤 일 년에 손을 꼽을 정도로 아주 건강한 체질이기 때문이다.
방에 들어와 침대를 한번 쓱 보았다가, 그래도 고3이라는 의무감에
책상 앞에 앉아 수학 문제집을 꺼내 펼쳤다.
4점짜리 고난도 문제들은 어차피 손도 못 댈 게 뻔하니, 2~3점짜리
쉬운 문제들을 위주로 풀어 나갔다.
해설지라도 보면서 공부하면 되지 않냐고?
난 해설지 풀이들이 너무나 맘에 안 든다. 분명 딱 부러지는 화려한
해법들은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대체 왜 그런 해법을 써야만 하는 건
지 대개의 경우 해설지는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난 늘 해
설의 첫 문장에서부터 턱 하니 막히곤 한다.
나도 안다. 그럴 때는 그냥 외우고 넘어가면 된다는 걸. 그래서 한때
는 해설지를 달달 외우려고 노력도 해봤다. 하지만 대체 얼마나 외워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듯한 느낌마저
들어서 그만두었다.
수학은 외우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과목이라고? 그런 배부른 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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