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P. 9

다. 그런데 막상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니 막막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실행으로 옮겨야
                 할지 몰랐던 내가 그때 아는 거라곤 부자들은 강남에 집이 있다는 것이었다. 무작정 강

                 남으로 넘어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취직했다. 공인중개사는 내 적성에 너무 잘 맞는 직

                 업이었다. 매월 월급을 받기 위해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동료들에게 시달릴 필요가 없어
                 서 마음에 들었고, 내가 노력하는 만큼 수입으로 보상해 주니 재미있었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강남의 건물들을 중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자들

                 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강남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라는 특성 덕
                 분에 25세의 나이에 경험 많은 강남 수익형 부동산의 건물주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나에게는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유익한 일이었다. 내가 아는 건물

                 주들은 매우 부지런했다. 항상 건물 청결과 임대관리를 위해 신경을 썼다. 임대차계약

                 을 위해 건물에 방문하면 맛있는 것도 많이 챙겨 주시고, 예뻐해 주셨는데, 돌이켜 생각
                 해 보니 자신의 건물에 임대를 잘 맞추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10년 이상 한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내 나이 35세가 넘어가면서부터 건물주들이 나

                 에게 자신들의 부동산 자산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일이 점차 많아졌다. 건물이 노후되어
                 매각에 나서는 건물주도 있었고,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위한 자문도 이어졌다.

                    건물주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건물주가 있다. 냉장고

                 바지를 즐겨 입던 이 건물주는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엄청난 부동산 자산가였다. 2008
                 년 일시적으로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폭락한 그 시점에도 냉장고 바지 건물주는 우리를

                 찾아왔다. 강남의 꼬마빌딩 추가 매입을 위한 공매물건 투자분석을 위해서였다. 공매분

                 석이 끝나고 과감하게 매입을 실행한 결과, 그 건물주는 현재 강남 논현동 9호선 초역세
                 권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 냉장고 바지를 입고 묵묵히 건물에 붙은 전

                 단지와 쓰레기를 열심히 제거하는 이 건물주는 아직도 우리와 좋은 인연으로 부동산 자

                 산관리 자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18    꼬마빌딩 재테크 무작정 따라하기
   4   5   6   7   8   9   10   11   12   1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