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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이어가던 중, 차가운 얼음이 내 치아와 만나는 그 찌
                    릿한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려보았다. 양철 주전자의 뚜껑으로

                    칠판 위를 긁을 때와 비슷한 불쾌함이 생각났다. 그래, 차가운

                    물체가 내 이를 때릴 때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보자.

                      물체끼리 부딪히는 신        scene 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매년 마
                    지막 날이면 종각 일대를 장악하는 새해맞이 타종 행사 장면이

                    그려졌다. 이 모습을 상상하면서 콘티를 구성했다.

                      먼저 치아는 거대한 종처럼 보이게, 얼음덩어리는 종을 치는

                    도구인 당목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어서 얼음덩어리가 커다란
                    치아를 타종하듯이 힘차게 밀어 친다. 그 순간 “시린~ 시린~”이

                    란 소리가 사방으로 울리면서 이가 시린 고통이 청각으로 연결

                    된다. 동시에 카메라가 훅 빠지면 시린 치아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델의 표정이 보여진다. 이어 시린메드의 효능에 관한 영상이
                    이어지고 모델이 기분 좋게 “시린 이에 시달릴 땐 시린메드!”라

                    는 카피를 읽어주면서 광고는 끝이 난다.

                      그렇게 치약 광고에서는 보기 힘든 엉뚱한 광고가 만들어졌

                    다. 상황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시린사’라는 디테일한 장소 설
                    정도 담았다.

                      광고가 공개된 후 “그동안 본 치약 광고와는 확연히 다르고







                    순수한 마음                                           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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