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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남학생들이 참 고맙다. 그들은 명확한 사건만 다룬다.

                “선생님! 민수가 줄 서는 데 새치기했어요.”

                “선생님! 민수가 날 때렸어요.”
                그리고 대부분 본인이 한 행위를 인정한다. 혹은 객관적인 목격자

              확보가 용이하다. 잘못한 아이는 사과하고, 피해를 입은 아이가 용서하

              면 사건은 바로 종료된다.

                이렇게 학생들과 여러 상황을 조율하다 보면 고학년 담임의 하루는

              어느새 오후로 흘러간다. 어찌 보면 고충 처리에 수업보다도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고 할 수 있다. 학교 업무는 아이들이 다 집으로 돌아

              간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하나씩 해치운다. 그러고 저녁나절 집으로 돌

              아가면서 생각에 잠긴다. 대부분 민감한 여학생들의 뭔가 미진한 사건

              해결에 대한 내용이다.
                ‘영희가 정말 민선이를 째려본 걸까? 아니면 그런 일이 없었는데, 민

              선이 혼자 그렇게 상상한 것일까?’

                여학생들의 심리전은 퇴근 후까지 담임의 뇌리를 떠나지 않으며 연신

              머릿속에서 재잘거린다. 내일 다시 학교에서 잘 살펴보리라 다짐하지만

              상황은 늘 새롭게 시작되거나 밤사이 엉켜진 실타래마냥 뒤섞여져 나타

              난다.



                어느 2학기 볕 좋은 가을날,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준호 엄마입니다. 뭐 특별한 일이 있어 연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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