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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건 아닙니다. 우리 준호가 요즘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

                 금해서요. 무난하게 잘하고 있나요?”

                   순간 나도 모르게 이렇게 반문했다.
                   “준호요…?”

                   사실 이름을 듣고서 깜짝 놀랐다. 분명 우리 반이 맞는데, 갑작스레

                 준호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보통 먼저 얼굴을 떠올리고 다음

                 에 학생의 행적들이 자연스럽게 연상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얼굴 이미

                 지가 떠오르지 않으니 준호에 대한 어떤 것도 연결되지 않았다. 마치

                 사유의 흐름이 절단된 기분이었다.

                   그때 마침 준호가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 가방을 가지러 들

                 어왔다. 준호 얼굴을 보고서야 기억이 솟아났고 어머니께 그간의 학교

                 생활을 말씀드릴 수 있었다.
                   그날 저녁 퇴근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지금 우리 반인 학생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있지?’

                   그때서야 문득 알게 되었다. 지난 한 달간 내 머릿속은 온통 미묘한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 여학생들과, 거칠게 몸으로 표현하는 몇몇 남학

                 생들의 이미지로 가득했다.

                   기본적으로 우리 뇌는 강한 자극이나 혹은 계속 반복되는 반응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장기 기억으로 옮겨놓는다. 나의 뇌는 끊임없이 생
                 각할 거리를 주거나, 해결할 문제를 안겨주는 학생들의 이미지를 들었

                 다 놓았다 하고 있었다. 준호는 그런 이미지에 속한 학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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