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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매사에 영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안 하니 속으로는 불편

                     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어느 순간 게으른 자기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배워두면 쓸 만한 것들은 몇 년씩 걸리니 어차피 새로 시작하기는 이제

                     늦었다고. 그러니 아예 배울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다행히 그

                     러다 마음속 다른 한편에서 반대 생각이 움트기 시작했다. 아직도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에 몰입하고 싶다고. 꼭 대단한 것은 아

                     니어도 된다고. 작고 소소한 것부터 해보자고.
                       먼저 달걀로 시작해보자.

                       달걀을 떠올리자마자 나는 달걀 요리를 떠올렸고 뛰어난 요리 실력
                     을 기르려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하다가 어떤 셰프가 했던 말이 떠올랐

                     다. 그 셰프는 이렇게 말했었다.

                       “진짜 실력은 오믈렛 같은 간단한 요리에서 검증되죠. 일상에서 매
                     일 먹는 쉽고 심플한 음식에서 그 사람의 실력이 판명되는 겁니다.”

                       나는 보통 사람들이 기울이는 노력과 정반대로 해야겠다고 마음먹
                     었다. 1만 시간을 쏟아부어 요리 실력을 키운 다음 오믈렛을 만드는 것

                     이 아니라 오믈렛이라는 걸 그냥 만들어보자고 말이다. 나는 당장 오믈
                     렛 만들기에 매달렸다. 그리고 오믈렛 만들기를 내 삶의 각별한 미션

                     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오믈렛 만들기가 더 이상 요리의 기본 목

                     적, 다시 말해 배를 채우고자 하는 목적과 상관이 없는 특별한 일이 됐
                     다. 일종의 마이크로마스터리(micromastery, 저자가 만들어낸 말로 micro와

                     mastery의 합성어이며 ‘작은 단위의 숙달된 기술이나 지식’을 뜻한다-옮긴이)로
                     삼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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