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P. 8
러면서 장 희빈을 새 왕비로 앉혔지. 숙종이 어린 세자를 위해 반대파들을
모두 몰아냈으니 장 희빈과 남인이 승리한 셈이야.
그런데 5년 뒤, 남인 세력이 지나치게 커지자 숙종은 이번에는 장 희빈
을 내쫓고 다시 인현 왕후를 왕비로 앉혔어. 이 일로 남인은 쫓겨나고 권
력은 서인의 손에 들어갔지. 이번에는 인현 왕후와 서인의 승리!
숙종이 좀 변덕쟁이였던 것 같다고? 뭐, 그럴 수도 있지만 권력
을 어느 한쪽 붕당에 몰아주지 않고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도 있
지 않을까? ‘남인이든 서인이든 언제든 내칠 수 있다. 그러니 왕에게 함부
로 맞서지 말라.’ 이런 경고 말이야. 그게 숙종이 왕권을 강화시키는 방법
이었어.
그러다 몇 년 뒤 인현 왕후가 죽었어. 숙종은 장 희빈이 인현 왕후를 저
주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사약을 내렸지.
장 희빈이 진짜 인현 왕후를 저주했냐고? 왕비의 자리, 더 나아
가 목숨을 걸고 권력을 다투는 사이였으니 저주를 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미신으로 사람이 죽었을까? 그러면 장 희빈은 엄청난 능력자게? 아
마도 여기에는 인현 왕후가 죽어 장 희빈이 다시 왕비의 자리에 오를까 두
려워한 서인들의 모략이 있었을 거야.
그러고 보니 인현 왕후나 장 희빈이나 참 고단한 삶을 살았구나. 둘 다
붕당의 대립 때문에 피해를 입은 불쌍한 여인이라는 생각이 드는걸?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