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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이고 도착한 이 도시에는, 스모그가 깔린 수도 뉴델리와는 달

               리 활짝 펼쳐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
               다. 도시를 둘러싼 능선 위로는 붉은색 사암으로 절묘하게 빚어

               낸 암베르궁 Amber Fort 이 화려했던 과거의 위용을 뽐냈다. 산 아

               래 시내에는 분투하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이푸르 사람
               들의 분주하지만 복잡하고 기묘한 일상이 펼쳐져 눈이 휘둥그

               레졌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인력거와 자전거, 오토바이와 삼륜
               차, 크고 작은 자동차들이 사방에서 뿜어내는 매연과 요란하게

               울리는 경적소리, 그 사이를 한가롭게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소,

               나귀, 염소, 돼지, 독수리까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 가볍게 부딪히

               는 일이야 늘 있겠지만 서로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싸우는 장면

               도 보지 못했다. 이 땅에서 험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고 정신 줄
               을 꽉 붙들고 있는 것은 여행자인 나뿐이었다. 나는 여기서 무

               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왜 웅장한 건물들이 아니라 이런 일상

               에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그들과, 나의 삶터는
               그들의 삶터와 어떻게 다를까? 결국 나는 누구일까? 낯선 것들

               을 바라보는 시선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낯선 곳에 던져졌을 때 비로소 ‘나’는 발견된다_이영민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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