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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넘기의 즐거움



                몇 년 전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중심도시 옌지                延吉 에서

             두만강을 따라 중국-북한-러시아의 국경도시 훈춘                琿春 까지 버

             스로 여행을 했다. 그때 한국에서 함께 간 10여 명의 일행은 두
             만강을 따라 나란히 놓인 도로를 달리면서 모두 오른쪽 창문으

             로 두만강과 그 너머 북한 땅을 엄숙하게 바라봤다. 누가 시키
             지도 않았는데 정말 한 사람의 예외도 없었다. 넘어갈 수 없는

             두려움의 땅을 숨죽인 채 바라보며 헛헛한 마음이 묵직해졌다.

             그때 내 옆자리에 앉아 우리를 안내하던 연변대학교 대학원생
             이 넌지시 말했다. “남쪽에서 오신 분들은 여기만 오면 모두 저

             쪽만 바라본단 말입니다. 저는 그게 신기합니다!”

                그 말에 나는 잠에서 깨어나듯 서늘해진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돌려 그 학생을 쳐다보았다. 사실 우리가 지나가는 길의

             왼쪽, 중국의 영토에도 아름다운 풍경과 볼거리가 제법 많았다.

             그러나 남한 사람들은 오면 예외없이 두만강과 그 너머 북한 땅
             만을 바라보는 것이 중국 국적의 조선족 학생에게는 무척 낯설

             고 한편으론 우스꽝스러운 광경이었나 보다.
                국경이라는 것은 두 지역 사이에 애초부터 있는 뚜렷한 차

             이를 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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