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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낯섦을 의식적으로 찾아본다면 그것도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의 즐거움은 거리의 멀고 가까움에 좌우되지
               않는다. 얼마나 멀리 가느냐와는 상관없이 제자리에서 얼마나

               벗어나 낯선 경험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사

               는 익숙한 곳에서도 호기심의 안테나를 세우고 덤벼든다면 얼
               마든지 훌륭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여행은 장소를 이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늘 장소를 옮겨다
               니며 생활한다.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만 머물러 있는 존재를

               떠올릴 수 있는가? 우리는 매일 집을 떠나 일하러 직장에 가고,

               지인을 만나러 카페에 가고, 장을 보러 마트에 가는 것처럼 어디
               론가 돌아다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살아간다는 것은 곧

               늘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일상의 여정은 늘 반복적

               으로 일어나기에 낯설게 바라보지 않을 뿐, 결국 낯익은 곳에서
               도 매일매일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낯익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낯설게 바라본다면,

               낯익은 것들 속에 숨겨진 낯선 것들을 의도적으로 찾아낸다면
               예상치 못한 재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호기심을 자

               극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익숙한 것들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는 할 수 없다. 우리는 그것들을 얼마나 깊이 알고 있는지도 모

               른 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갈 뿐이다. 매





               낯선 곳에 던져졌을 때 비로소 ‘나’는 발견된다_이영민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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