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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외롭다면 최소한 내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자유 정도는
             줘야죠.

                그러나 가능성이 열려 있다, 자유롭다는 말은 앞서 말한 것처
             럼 불확실하고 안정적이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삶이 우리의 의도나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고, 설령 처음 생각한 대로 무엇인가를 성취했다고
             하더라도 그 보상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무척 다를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겪었잖아요. 프롬은 이러한 인간 삶의 특

             징을 태어나면서부터 불확실과 불안정의 세계로 “쫓겨나는” 일
             이라고 표현합니다.

                안 그래도 내 인생은 오직 나만의 것이라 혼자인 듯한 느낌이

             드는 게 어쩔 수 없는데 뭐가 어떻게 될지도 몰라 막연하고 불
             안하기까지 하다니, 이쯤 되면 외로움은 거의 자연재해급입니

             다. 딱 짚어 무엇이, 언제 어떻게 되는지를 알면 미리 대비를 할

             수 있지만 뭐라 딱 꼬집을 수 없는 게 불안이니, 어떤 구체적인
             해결책도 내놓을 수 없거든요. 게다가 내 삶이 미리 다 정해지지

             않아서, 자유가 있어서 외로운 것이라고 하니 더욱 더 할 말이

             없지요. 내 삶을 다 결정해 놔!라고 요구할 수도 없잖아요.
                해결책이 없다니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이렇게 생각할 때의

             장점은 내가 외로움을 느끼는 게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인정하

             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끔은 나의 외로움 자체를 부정하고 억누
             르게 되잖아요. 괜히 내가 엄살부리는 것 같고, 이런 감정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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