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P. 14

여러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생일파티를 하고 있을 때도, 사람을
             만날 틈조차 없이 일에 치이며 살 때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

             니다. 너무 바빠서 외로울 정신도 없는 듯하지만,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그 바쁜 와중에도 밀려오는 깊은 헛헛함이 있습니다.

                흔히 ‘인간은 누구나 외로우니 별달리 이상하게 여기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하지요. 저명한 철학자들에게도 인간은 본래 외로
             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존재입니다.

                저서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로 유명한 20세기 철학자 에리

             히 프롬 Erich Fromm은 외로움이 우리 삶의 필수 요소라고 말합니다.
             태어난 이상 외로움은 떼려야 뗄 수 없이 삶에 따라붙는다는 것

             이죠. 어려운 말로 ‘실존적 고독’이라고도 하는데요. 이처럼 태

             어난 순간부터 사는 내내 동반되는 외로움이란 어떤 것일까요?
                프롬의 이야기를 다시 풀어보자면 이런 의미입니다. 나의 인

             생은 오직 나만의 것이라는 뜻에서 우리는 철저히 혼자인 삶을

             산다는 것이지요. 내 삶은 나만이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누
             가 나를 대신하여 살아주고 나를 대신하여 죽어주지 않습니다.

             아니, 그럴 마음이 굴뚝같아도 도저히 그럴 수 없죠. 누군가가

             나를 위해 목숨을 내어놓을 수는 있어도 내가 죽을 때 나처럼
             느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가깝고 아무리 애정한다고 할지라

             도 살아가면서 나와 꼭 같은 체험을 꼭 같은 방식으로 함께 경

             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문제와
             각자의 조건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





             14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