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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손을 쓰지 않으면 불과 몇 주 안에 눈이 멀고 죽을 것이었

              다. 수술 전 며칠에 걸쳐 그와 걱정스러운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수술로 사망이나 심각한 뇌졸중이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수술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내
              가 하는 모든 말을 열심히 자신의 스마트폰에 입력했다. 폐색성 뇌

              수종, 내시경 뇌실창냄술, 송과체종, 송과체모세포종 등 어렵고 긴

              단어들을 두드리면 어떻게든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처럼. 그의 불
              안은 곧 내게도 전달됐다. 일주일 전에 했던 수술로 깊은 패배감에

              묻혀 있던 나는 이번 수술에서도 공포에 떨게 될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혔다.

                 수술 전날 밤 그를 만나러 갔다. 수술을 앞둔 환자들과 이야기
              할 때는 수술의 위험을 미리 곱씹지 않으려 노력한다. 위험도에 대

              해선 어차피 그전 미팅에서 엄청나게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이 시

              점에서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고 공포를 덜어주려고 최대한 노력한
              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나는 더 불안해진다. 사실 환자에게

              수술이 끔찍이 위험하며 잘못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사전에
              말했다면, 나로서는 어려운 수술을 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혹시 수

              술이 정말로 잘못돼도 그로 인한 엄청난 책임감을 조금은 덜 수 있
              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가 해쓱해진 모습으로 그의 곁에 앉아 있었다.

                 “이건 간단한 수술입니다.”
                 애써 낙관적인 척하면서 그들을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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