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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외과 의사의

              마음 한구석엔
              공동묘지가 있다














              Do No Harm

              송과체종:
              송과체에 생기는 종양. 드물게
              나타나며 천천히 자란다.



                                     나는 사람의 뇌를 수술하는 사람이다.

              이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뇌를 가르는 일은 지금도 여전히
              내키지 않는다.

                 우선 소작기(전열로 조직을 태우며 응고시키므로 조직을 자르거나 파괴하는 동

              시에 지혈하는 데 쓰이는 외과 수술의 필수 도구 - 옮긴이)로 뇌의 반짝이는 표면
              에서 아름답게 얽히고설킨 붉은 혈관들을 소작한다. 그리고 작은

              칼로 뇌의 표면을 찔러 구멍을 내고 그 구멍으로 가느다란 빨대처
              럼 생긴 흡인기를 밀어 넣는다. 온통 젤리 같은 물질로 차 있는 뇌

              를 수술할 때 흡인기는 뇌 전문 외과 의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
              요한 도구다. 그다음, 내 눈을 대신해 뇌 속을 훑어보는 수술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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