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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은 수술이 시작되는 순간 대개 음울한 공포가 모두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이 남자 환자를 수술하면서도 처음에는 외
                   과 의사의 자신감으로 가득 차 메스를 힘껏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메스에 힘을 주어 정확하게 환자의 머릿가죽을 갈랐다. 피가 솟아
                   오르자 무언가를 미친 듯이 추격할 때의 전율이 나를 장악했다. 그

                   순간만큼은 지금 이 상황을 내가 온전히 통제한다고 느꼈다.

                      여기까지는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이다음부터
                   가 문제였다. 지난주 수술의 여파로 평소와 같은 자신감은 온데간

                   데없이 사라졌다. 지난주 수술의 대실패로 이번 수술에선 심각한

                   무대공포증에 시달리며 극장(수술실을 뜻하는 operating ‘theater’의 중의적 표
                   현 - 옮긴이)에 선 까닭이다. 평소처럼 수술실 간호사와 나를 보조하
                   는 전공의(레지던트)인 마이크와 잡담을 하는 대신 묵묵히 환자의 피

                   부를 닦고 접착포를 덮었다.

                      마이크와 나는 여러 달째 함께 일하고 있어서 서로를 잘 아는
                   사이다. 30년 동안 나는 많은 레지던트를 가르쳤으며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그들 대부분과 잘 지내왔다. 그들은 나를 보조하고 지
                   원하며 필요할 때 용기를 주는 존재다. 그래서인지 대개 내가 듣고

                   싶어 할 이야기만 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 사이에는 마치 전투
                   중인 병사들 같은, 그런 끈끈함이 존재한다. 내가 은퇴했을 때 아

                   마 가장 그리워할 관계일 것이다.

                      “무슨 일이세요, 대장님?”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마스크를 쓴 채 투덜거렸다.





                                            모든 외과 의사의 마음 한구석엔 공동묘지가 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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