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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체종으로 보이…….”

                      “오케이! 고마워!”
                      순식간에 그를 용서하고 모두가 기다리는 수술대로 돌아왔다.

                      “계속합시다!”
                      다시 스크럽(수술 전 손을 꼼꼼하게 문질러 씻는 절차 - 옮긴이)을 하고 도

                   로 수술 의자에 올라앉아, 팔꿈치를 팔걸이에 얹고 종양에 달라붙

                   었다. 뇌종양은 저마다 다르게 생겼다. 어떤 놈은 돌처럼 단단하고
                   어떤 놈은 젤리처럼 무르다. 어떤 놈은 바짝 말라 있고 어떤 놈은

                   피를 쏟는다. 자칫 피를 많이 쏟기라도 하면 환자가 수술 도중 출
                   혈로 죽을 수도 있다. 어떤 놈은 콩깍지에서 쏙 빠져나오는 완두콩

                   처럼 훌러덩 껍질을 벗으며 나오기도 하고, 어떤 놈은 뇌와 혈관에
                   들러붙어 꼼짝도 하지 않는다.

                      종양이 정확히 어떤 성질인지는 실제 종양 제거를 시작해야

                   알 수 있으며 뇌 스캔만으로는 결코 확실히 알 수 없다. 다행히 이
                   환자의 종양 표면은 외과 의사들의 말마따나 수술하기 적합하게

                   협조적으로 생겼다. 다시 말해 종양이 뇌에 들러붙어 있지 않았다
                   는 뜻이다. 나는 천천히 종양의 속을 파내면서 주위 뇌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종양을 떼어냈다. 그렇게 3시간이 흐르자 종양 대부
                   분이 떨어져 나온 것처럼 보였다.

                      송과체종양이 워낙 드물다 보니 동료 가운데 한 명이 내 수술

                   실로 들어왔다. 속으로 조금은 시샘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내
                   어깨 너머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모든 외과 의사의 마음 한구석엔 공동묘지가 있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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