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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끗희끗한 브론즈빛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올려 묶은 채 탄

                   탄하게 근육이 잡힌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멋있다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카리나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센 강변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60대 후반의 여성인데 겉으

                   로 봐서는 도통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와, 이런 여자가 있나?’
                   싶을 정도로 첫인상이 강렬하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는 자

                   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녀가 하는 이야기에 경제적

                   으로 풍족한 일상과 자식과 손주 자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

                   다. 전람회 주인공이었던 이탈리아 화가와 그 시대 영국 문학과

                   시에 대해, 올해 바캉스는 어디로 갈지에 대해. 이 시간이면 카페
                   가 아니라 바에서 가벼운 칵테일이나 샴페인을 마셔도 좋았을

                   텐데, 하며 기분 좋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마담 그리고 마드모아젤(세상에, 나

                   다!). 숙녀 분들께 샴페인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시겠습
                   니까?” 하는 말이 들려왔다. 큰 키에 회색 롱코트를 입은 40대 남

                   성이었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하는 프랑스어가 편안하고 아

                   름답게 울려 퍼졌다. 그러더니 곧 “본 수와레(즐거운 저녁 보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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