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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얼마 전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다가 “명언집”이라는 제목
이 적힌 낡은 공책 한 권을 발견했다. 펼쳐보니 페이지마다
철학자들의 짧은 문장들이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해당
글에 대한 내 감상이 알아보기 힘들게 휘갈겨져 있었다.
웃음만 나왔다. 내가 이런 명언 모음집을 만들었다는 사실
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공책 처음 몇 페이지에는 만년필
똥이 얼룩덜룩 묻어 있었다. 50여 년 전 부모님이 고등학교
졸업선물로 사주신 만년필로 나 자신에게 남긴 메시지였다.
열아홉 살인가 스무 살이었던 이때 나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
공하기로 막 작정한 참이었다.
철학을 전공하기로 한 것과 이 공책을 만든 이유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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