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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큰 불행이 겪는 것은 않는지 확

              인하기 위해 뒷부분을 살짝 넘겨보기도 했다.
                 인간은 누구나 스토리를 좋아한다. 책 속 인물들에게 흠뻑 빠

              져들고 만다. 읽기 지루할 때도 있는 팩트와는 달리 스토리는 감
              정을 자극한다. 그래서 우리는 계층 간의 차이를 분석한 글은 끝

              까지 읽어내기 힘들어 하지만 〈다운튼 애비             Downton Abbey 〉와 같은 계

              층 간의 서로 다른 삶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흥미로워하면서 비교
              적 끝까지 시청한다. 나는 나치 치하의 프랑스를 다룬 역사책은

              읽은 적이 없지만,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더한 드라마 〈프렌치 빌
              리지  A French Village 〉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 깊이 매료된 적은 있다. 드

              라마 속 캐릭터가 실존인물이 아닌 줄 알지만 이들이 함께 힘을

              합치게 될지, 나라를 버리고 떠날지, 이혼하게 될지 끝까지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논픽션 글도 독자에게 이런 감동과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
              다. 캐릭터를 부여하고 긴장감을 더하고 만족스러운 결론으로 글

              을 구성할 수 있다. 한번은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

              낸 한 남성의 글을 기명 칼럼으로 받은 적이 있었다. 존 톰슨                 John
              Thompson 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강도와 살인으로 18년 수감 생활

              을 했고 그 가운데 14년은 사형 선고를 받고 형 집행을 기다리며
              세월을 보냈다. 톰슨은 자신의 스토리에 일부러 서스펜스를 가져

              올 필요가 없었다. 판결이 번복된 후 출소했다는 그의 ‘결말’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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