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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적 지구는 뇌 없는 생명체가 지배하고 있었다. 이
            말은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생물학적 표현일 뿐임을 알아주

            기 바란다. 이 생명체 중 하나는 활유어amphioxus였다. 만일 당
            신이 활유어를 본다면, 몸 양쪽 측면에서 아가미 같은 구멍들

            을 발견하기 전에는 그저 작은 벌레쯤으로 착각할 것이다.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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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어는 약 5억 5천만 년 전부터 바다에 살았다.  그들의 삶은
            단순했다. 매우 기본적인 이동체계를 갖추고 있어 물속에서
            스스로 나아갈 수 있었다. 먹는 방식도 매우 단순해서 마치

            풀잎처럼 바다 밑에 자리를 잡고, 작디작은 생물체가 자신의
            입으로 흘러들어오면 그것이 무엇이든 섭취했다. 맛과 냄새

            는 전혀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활유어에게는 우리와 같은 감
            각기관이 없었으니까. 활유어는 빛의 변화를 감지하는 세포

            만 몇 개 있을 뿐 눈도 귀도 없었다. 그들의 빈약한 신경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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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뇌라고 할 수 없는 아주 작은 세포 덩어리들 이 들어 있었
            다. 활유어를 두고 막대기에 붙은 위장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20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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