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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소녀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은 대나무

             숲속. 키 큰 오죽(검은 대나무)들이 창을 꽂아 놓은 듯 꼿꼿

             이 서서 밤바람에 사락사락 잎사귀 스치는 소리만 내고
             있다.

               소녀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유난히 굵은 대나무의 뿌
             리가 땅 위로 봉긋 솟아올랐다. 그러더니 곧 땅을 뚫고서

             커다란 검은색 상자가 나왔다. 상자는 ‘화앙당’이라는 글
             자가 쓰인 부적으로 봉인되어 있다. 소녀는 부적을 떼고

             상자 뚜껑을 열었다. 과자가 그득하다. 소녀만큼 불길한

             기운이 가득한, 그러면서도 묘하게 마음을 잡아당기는
             과자들이다.

               히죽 소녀가 웃었다.
               “이렇게 봐서는 숨겨 둔 그대로인 것 같네. 완벽해, 완

             벽해.”
               노파처럼 갈라진 목소리로 속살거리던 소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소녀는 방금 걸어온 길을 노려보면서 신음

             하듯이 중얼거렸다.
               “베니코, 내가 도망친 사실을 알아차리면 분명 허둥대

             겠지? 지금은 도망치는 신세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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