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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한 소녀가 어둠 속을 걷고 있다. 석산꽃이 그려진 검

               은색 기모노를 입은 예쁘장한 소녀다. 그런데 어쩐지 기
               이한 모습이다. 몸 여기저기에 얇은 얼음 조각들이 덕지

               덕지 붙어 있고, 바가지 모양으로 자른 단발머리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진다. 팔다리를 뻣뻣하게 움직이는 모양

               새까지…… 마치 꽁꽁 얼어붙어 있다가 방금 풀려났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소녀는 바닥에 점을 찍듯이 젖은 발자국을 남기며 하

               염없이 걸어간다. 두 눈은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짙은 불
               꽃이 온몸을 휘감고서 날름거린다. 어둠의 화신이기라

               도 한 걸까? 뭐가 됐든 불길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프롤로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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