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낀 기차역 승강장에 한 여자가
서 있다.
키가 아주 크고 살집도 좋은 여자다. 옛날 동전 무늬
가 있는 자주색 기모노를 입고 있는데 주위를 압도하는
기운이 넘쳤다. 틀어 올린 머리카락은 눈처럼 하얗지만
포동포동한 얼굴에는 주름 하나 없다. 알록달록한 유리
구슬이 달린 비녀를 꽂고, 검은색 털목도리를 두른 모습
이 아주 세련되었다.
여자는 오래되어 보이는 큼직한 여행용 가방을 옆에
두고서 즐거운 모습으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승강장에 다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프롤로그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