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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기다리면서도 그들은 고도가 누구인지, 자신들이 왜 고도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고고는 이렇게 소리친다. “아무 일도 일어
나지 않아. 오는 사람도 없고, 가는 사람도 없어. 이것 참 끔찍하
군!”
디디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인지가
더 중요해. 그리고 우리는 축복받은 거야. 그 답을 알고 있으니까.
모든 게 혼란스럽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잖아? 우리는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과연 그게 축복일까? 고도란 작자가 대체 누구인가? 그 작자
는 왜 오지 않는가? 당신은 언젠가 고도가 나타나리라는 헛된 희
망만으로 평생을 흘려보낼 수 있겠는가?
고고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게, 디디. 우리는 늘 뭔가를 찾아
내잖아. 우리 자신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는 뭔가를.”
하지만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가장 부조리하고 절망적인 대
사는 따로 있다. 냉정한 성격인 제3의 인물 포조는 이렇게 말한
다. “어느 날 우리가 태어났고, 어느 날 우리는 죽게 될 거야. 어느
같은 날 같은 순간에.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사람들은 묘지 위에
걸터앉아 아이를 낳지. 한순간 반짝 빛이 비추고 나면 또다시 깜
깜한 밤이 찾아오는 거야.”
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 수업 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