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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에 돌을 깨어 그것을 세상 밖으로 꺼내면 된다는 것이다.
천재에 어울릴 법한 소문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작
품이 정해지면 질 좋은 대리석을 찾으러 채석장에 간다. 좋은 작
품을 만들기 위해서 최상의 대리석이 있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돌
이 구해지면, 머릿속에 구상된 형상을 떠올리며 곧바로 돌을 깨기
시작한다. 돌의 성질과 모양, 형태 등을 감안하면서 자신의 생각
을 수정하며 계속 만들어나갔다. 따라서 그는 미술이론을 실제 작
품에 적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단 시작해서 난관을 해결해나가
는 모험가 스타일이었다.
그는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작업을 시작한 레오나르도와 달
리, 일단 손에 망치와 도구를 들고 돌부터 깨기 시작하는 스타일
의 예술가였다. 천재답게 그가 모든 작품을 완벽하게 만들어냈으
리라 짐작되곤 하지만, 사실은 미완성작이 전체의 5분의 3 정도
로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생의 마지막 작품이자 끌과 정의 흔
적이 여실한 <밀라노의 피에타>도 미완성작이었다.
일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사람들의 이면이 대체로 이러하다.
작품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다가 길이 막혔다고 느끼면, 멈추고 주
저 없이 다른 작품을 새로 시작했다. 많은 일감을 받고 동시에 여
러 일을 진행했던 탓도 있지만, 미완성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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