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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이 그림이 저 그림 같아 보이고 누가

             무엇을 그렸는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중세 회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
             이 여기에서 화가의 개성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당시 화가들에게는 개성의 표현보다 성화의 형식에 따라 그림을 그

             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한마디로 그 당시 화가는 예술가보다 기술자
             에 가까웠던 것이죠. 그림에서 화가의 개성이 충분히 드러나는 것은 15

             세기에 이르러서입니다. 중세의 성화에서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섬세한 표현이 어려운 프레스코화의 기술적 특성
             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세 회화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저마
       Italia Art Trip  다의 고유한 개성이 조금씩 눈에 들어옵니다. 투박하고 단순해 보이는

             이미지 속에 그들의 섬세한 기술과 감성, 그 너머의 정신까지도 경험하

             게 될 것입니다. 성 프란치스코 성당만큼 수준 높고 다양한 중세 벽화
             를 만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습니다. 이곳은 가톨릭의 위대한 성지이
             면서 또한 진귀한 중세 회화 박물관입니다.

               성당 입구를 등지고 왼쪽 첫 번째 예배소에서는 시모네 마르티니의
             벽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시모네 마르티니는 시에나 화파의 대표적인

             화가로 중세의 걸작 〈수태고지〉로 유명한데요, 시에나 화파는 13~15세
             기에 이탈리아 시에나 지방을 중심으로 번진 화풍으로 물 흐르듯 부드
             럽고 섬세한 느낌의 색감과 형태가 특징입니다. 수태고지는 중세 회화

             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주제로 대천사 가브리엘이 동정녀 마리아
             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는 극적인 순간을 뜻합니다. 후대의 수많은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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