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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를 거쳐 결국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얻기를 원한다. 시간과 노력을

           잔뜩 입힌 아디다스 운동화 한 켤레처럼 말이다.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레고 경영층은 빅데이터로부터 얻은 결론
           을 버리고 아예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크고 단순한 블록 대신 훨

           씬 작고 세밀한 블록 세트를 출시한 것이다. 매뉴얼은 더 복잡해졌

           다. 블록을 완성하는 데 기존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동이 들도록 설
           계한 것이다. 레고는 블록을 완성하는 것이 도전이기도 하지만, 그

           행위 자체가 숙련된 기술과 통달의 상징이 되기를 원했다. 이러한 변

           화는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층까지 흡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6년 레고는 전 세계에서 약 6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세계 1위 완

           구 기업인 마텔    Mattel 을 위협하고 있다.

             레고의 혁신 사례는 매우 흥미롭다. 기업의 빅데이터나 양적                 量的  조
           사 결과는 거대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어린아이들의 숨겨진 욕망까

           지 읽어내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낡은 운동화에서 아이들이

           놀이에 대해 가지는 태도를 읽어내고,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진짜
           속마음까지 밝혀내는 것, 그리고 그 운동화가 담고 있는 의미를 레고

           의 숨겨진 기회로 연결하는 것은 결국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마술이
           다. 이런 결과의 도출은 공감력을 지닌 인간의 경험과 해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CHAPTER 1 \ 비즈니스 헛발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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