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구슬을 빚는 부부,
긴다리소똥구리
햇볕이 온 세상을 따스하게 감싸는 봄날, 나는 부모님 산소에
가요. 큰절을 올리고는 무덤에 뺨을 대고 부모님의 숨결을
느껴 보아요.
천천히 무덤가를 걷는데 밤새 멧돼지가 왔다 갔는지 똥 한
무더기가 있네요. 문득 어렸을 적 보았던 소똥구리가 눈앞을
스쳐요. 소가 뚜벅뚜벅 걸으며 꼬리를 쳐들고 빈대떡 같은
똥을 싸면 소똥구리가 몰려들었지요. 물구나무선 채 똥
구슬을 굴리던 소똥구리가 아련히 떠올라요. 소똥구리에게
똥 구슬은 아기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