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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과는 인연이 없는 동네의 어르신들은 지금 어디서 신
문을 펼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의 파편들이 머릿속에 떠올
랐다. 혹시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회사원이 점
심만큼은 조용하게 먹고 싶어서 가게를 찾다 찾다 지쳐버
리지는 않을까. 간만에 단골 가게의 라멘을 먹어볼까, 하고
발걸음을 한 손님이 갑자기 늘어난 긴 줄을 보고 흠칫 놀
라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방금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몸을 웅크리
고 걷던 사람들이 지금은 활짝 갠 표정으로 거리를 활보하
고 있었다. 마치 비가 내렸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
처럼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소로리의 머릿속에
서 몽롱한 안개 같은 단어가 떠다녔다. 하지만 그 정체가
너무도 불안정해서 무슨 단어인지 뚜렷하게 형체가 보이
지 않는다.
큰길을 돌아 좀 더 걸어가면 좁은 골목 입구가 보인다. 그
골목 끝에 카페 도도가 있다. 오래된 단층 주택 옆에 한동
안 세워두었던 자전거에 다가간다.
“장마철엔 자주 못 타니까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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