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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낯선 이의 마음을 듣는 일은 긴 시간 공을 들여도 쉬이 익숙
해지지 않습니다. 공부와 운동은 하면 할수록 능숙해지죠. 자신
감도 점점 커집니다. 웬만한 과업은 힘들이지 않고도 척척 해
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을 돌보는 일은 다릅니다.
마음은 우주입니다. 그것도 사람마다 다 다른 은하계를 품
은 우주죠. 이십 년 넘게 진료하고 있지만 날마다 매번 새로운
우주를 만납니다. 시간이 오래 흘러도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나 마찬가지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한참 동안 환자의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블랙홀을 들여다본
것처럼 눈에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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