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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으로 꾸며내 역사에 투영한 에피소드로 해석한다면, 그리고 중

              국이나 인도, 유카탄반도 등 세계 곳곳에 유사한 에피소드가 있다

              는 점을 이해한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해진다. 비록 실제
              역사적으로 일어난 사실이 아니라 해도, 그 정도로 널리 사랑받은

              신화적 상상이라면 그것은 ‘정신의 사실’을 나타내는 게 틀림없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내 친구 마야 데렌Maya Deren은 종교적 신비를
              “물질의 허구로 표현된 정신의 사실”이라고 정의했다. 역사학자와

              고고학자, 선사학자는 당연히 신화가 사실로서는 거짓이며, 이렇

              게 다양한 민족이 존재하는 세계에 유일한 선민도, 모든 이가 복종

              해야 하는 절대적 진리도, 유일무이한 교회도 있을 수 없다는 것
              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심리학자와 비교신

              화학자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들은 상징화된 ‘정신의 사실’

              을 밝혀내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한편 이것들을 건강하게 유지하
              는 방법을 찾아내, 과거의 옛 전통이 약화되는 가운데 인간이 우리

              내면과 더불어 외부세계의 사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지난 70~80년 사이에 이 부분에서 심리학자들의 자세가 크게

              달라졌다. 1890년에 처음 출간된 제임스 G. 프레이저James G. Frazer
              경의 역작 《황금 가지》를 보면, 그는 과학이 신화의 미신을 확실하

              게 논박해줄 것이라고 믿는 전형적인 19세기 저자다. 그에게 신화

              의 바탕은 마술이며 마술의 바탕은 심리학이다. 그러나 그의 심리
              학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이어서 인간 본성의 좀 더 깊은 곳에 자리






              24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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