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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비이성적 충동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는 어

                    떤 관습이나 믿음이 비합리적이라는 게 입증되면 금세 없어질 것

                    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철학 교수가 볼링을 치는 모습을 보면 그
                    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 수 있다. 공이 손을 떠난 뒤 몸을

                    비튼다고 핀이 맞겠는가? 프레이저는 마음속에서 연관되기에 실

                    제로도 연관되는 것으로 믿는다는 식으로 마술을 설명했다. 빗소
                    리 같은 소리를 내는 방울을 흔들면 곧 비가 올 것이다. 성교를 기

                    리는 의식을 거행하면 자연은 더욱 비옥해질 것이다. 원수를 닮은

                    인형을 만들어 그의 이름을 붙이고 핀으로 찌르면 원수가 목숨을

                    잃을 것이다. 원수의 몸에 닿았던 옷가지, 머리카락, 손톱 조각 등
                    으로도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프레이저의 마술에서 첫째 원칙은 ‘유는 유를 낳는다’, 다시 말

                    해 결과는 원인을 닮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 원칙은 ‘서로 접
                    촉했던 것들은 물리적 접촉이 중단되어 거리가 생긴 뒤로도 서로

                    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이저는 마술과 종교 모

                    두 본질적으로는 결국 외적 자연을 제어하는 힘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마술은 모방 행위를 통해 기계적으로, 그리고 종교는 기
                    도와 제물로써 자연을 관장하는 의인화된 힘을 상대한다는 것이

                    다. 그것들이 내면의 삶에 어떻게 연관되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전혀 모르는 듯한 프레이저는 과학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마술
                    과 종교는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과학이 좀 더 확실






                                                          1. 신화가 과학을 만났을 때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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