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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의 옷장과 서랍 안, 부엌의 냉장고까지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었

           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꽤 널찍한 다용도실에 다다랐다.

             “여기엔 별로 볼만한 게 없을 거예요.”
             다양한 물건이 쌓여 있는 다용도실은 시어머니의 말처럼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물건들 사이에서 독특한 물건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그것은 커다란 양재기로, 얼핏 보기엔 여느 가정에나 있는 흔한 물건
           이었다. 하지만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덮여 있는 것이 호기심

           을 자극했다. 양재기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몹시 궁금했다.

             “뚜껑을 열어봐도 될까요?”
             시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뚜껑을 여는 순간 나는 의외의 장면

           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커다란 양재기 안에는 음식이나 곡식 대신

           족히 100여 장은 될 법한 사진이 가득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진은 물속에 잠긴 채였다. 나는 곧장 그녀에게 사진을 물에 담가

           보관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물에 잠긴 사진만큼이나 뜻

           밖이었다.
             “이 사진은 제 딸의 결혼식 때 찍은 거예요. 쉽게 찢어 버리려고 몇

           주 전부터 이렇게 물에 담가서 보관하고 있어요. 최근에 이혼했거든
           요.”

             별것 아니라는 식의 그녀의 말투가 다시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는

           마치 탐정이라도 된 양 얼른 물에 담긴 사진을 만져 보았다. 몇 주 동
           안 물에 잠겨 있었다는 사진은 여전히 뻣뻣해서 쉽게 찢기 어려운 상

           태였다. 그녀는 도대체 왜 사진을 물에 담근 걸까? 진짜 이유가 궁금






                         CHAPTER 1 \ 비즈니스 헛발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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