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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라는 시기는 얼핏 보면 지금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듯 보입니다. 과학사에서는 일반적으로 X선이 발견된 1895년을
현대과학의 시작점으로 봅니다.
철학은 어떨까요? 서구 현대철학은 근대철학을 뒤엎으며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나는 생각한다’라는 데카르트의
자아 개념은 사유하는 개인과 이성을 중시하는 근대철학의
근간입니다. 하지만 19세기 말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1844년~1900년)는 근대철학의 기반을 전복하는 것은
물론 ‘신은 죽었다’라는 말을 통해 신 개념과 절대적 우상을
파괴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문학에서도 새로운 길을 제시한
작가들이 있었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철학을 융합하면서
주인공이 개인의 구원을 찾아 헤매는 《데미안 Demian》 같은
작품을 남긴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1877년~1962년),
새로운 작품 기법을 선보이고 여성의 삶을 기록했던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lf (1882년~1941년)처럼 말입니다.
한편 기존 철학이 무너진 자리에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들어서면서 역사도 이전과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훨씬 많은
사람과 국가가 하나의 전쟁에 참여하면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전쟁의 상흔을 입었죠. 이성적 존재라고 믿었던 인간이
얼마나 서로를 무심하게 해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충격적인
166 한계 너머:
현대과학의 새로운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