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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나는 이 책을 매우 즐겁게 썼다. 책을 쓰면서 나는 지금껏 연주회에
서 연주할 특정 작품에만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
주회를 앞두면 곡 해석, 운지법, 암보는 물론 몸 상태 등 대중 앞에
서 연주할 때 필요한 모든 부분을 고려해야 하므로 신경 쓸 일이 너
무 많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을 두고 한 번씩 작품을 바꾼다 해도 신
경 쓰이는 일들이 넘쳐 잠시 짬을 내어 피아노 음악의 역사나 음악
적 성취를 곰곰이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책을 쓰며 피아노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면서 나는 피아노 음악
에 크게 감동했다. 피아노는 200년 넘도록 위대한 작곡가들의 동반
자였다. 많은 작곡가가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피아노 앞에서 작곡
했다. 인간의 목소리를 제외하고 음악에 이처럼 개인적이고 심오한
영감을 준 악기가 있었던가? 피아노처럼 많은 사람에게 평생 영원
한 동반자가 되어준 악기가 있었던가? 많은 가정에서 피아노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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