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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엔 이미 늦은 거야. 몸에 배어버려 지금까지와

                 다른 것을 할 수도 없고, 그러다 보면 너는 네가
                 원하는 모습과는 완전히 멀어져버린단다. 진정한

                 자기 따위는 영원히 잃어버리는 거야.            2


                 고대 그리스인들은 2,500여 년 전부터 이러한 갈

             라짐을 잘 알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인물들은 때
             로 악한 행동을 할지언정 악인은 아니었다. 자신이 모
             르는 자신의 모습에 지배당한 인물이었을 뿐이다. 이

             를 하마르티아hamartia(하마르티아는 종종  ‘비극적 약점
             tragic  flaw ’으로 번역되지만, 나는 그보다 ‘상처받은 시야
             wounded  vision ’라고 부르고 싶다)*라 하는데, 이는 인물

             이 어떤 행동을 선택하게 만드는 렌즈를 말한다. 무의식
             의 힘과 반사적 반응이 계속 쌓여서 어떤 선택이 내려지

             며, 후에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라온다. 그리스 비
             극에서 묘사하는 삶의 비극성은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인
             우리 모두가 비극적인 삶을 살 수도 있음을, 자신조차 잘

             모르는 자신의 모습에 이끌려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의 주인공이란 “악덕이나 비행 때문
             이 아니라 어떤 실수 때문에 불행에 빠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실수’를 가리키는 말이 하마르티아다–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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