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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이 갖는 해방의 힘은 주인공이 고통에 시달

                 리다 깨달음을 얻는 데서, 다시 말해 내면의 진실(등장
                 인물)과 외부의 진실(신 또는 운명) 사이의 관계를 새롭

                 게 바꾸는 데서 나온다. 우리의 삶은 콤플렉스가 하는 일
                 에 무지한 만큼, 그리고 본성과 실제 선택들 사이의 점점
                 벌어지는 간격을 깨닫지 못하는 만큼 비극이 된다.

                     마흔의 위기감은 대부분 그 간격에서 나오는 아픔
                 에서 비롯한다. 내면의 자기감과 후천적으로 획득한 성
                 격 사이의 불균형이 너무 커진 탓에 더는 그 고통을 억

                 누르거나 보상으로 달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
                 을 심리학에서는  ‘보상 상실 decompensation ’이라고 한다.
                 예전에 사용하던 태도와 전략을 계속 써보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다. 마흔의 스트레스 증상은 후천적 성
                 격 아래에 숨어 있던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며, 다시 태

                 어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 환영할 일
                 이다.
                     중간항로는 후천적으로 만들어낸 성격과 ‘자기’의

                 욕구 사이에 무시무시한 충돌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이를 경험하는 사람은 종종 겁에 질려 “이제 내가 누군

                 지조차 모르겠어”라고 말할지 모른다. 과거의 나를 미래
                 의 나로 교체해야 하며, 과거의 나는 숨통이 끊어져야 한
                 다. 그러니 엄청나게 불안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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