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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유년기 상처의 두 가지 범주인 ‘버림받은 경
험’과 ‘짓눌린 경험’ 각각에서 비롯한 일련의 복합적 행
동들은 무의식적이고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으로 발
전한다.*
현실에 짓눌리는 아이는 자신의 연약한 경계를 뚫
고 타자the other가 침범해오는 강렬한 아픔을 경험한다.
아이는 지금과 다른 생활환경을 선택할 힘이 없고 타인
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인식할 객관성과 경험을 비교할
근거가 부족하다. 때문에 아이는 방어적이며 환경에 지
나치게 민감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약한 정신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수동성・상호의존・강박적 성향을 ‘선택’
한다. 삶이 상대적으로 힘없는 자신을 짓누른다고 생각
해 아이는 다양한 수용방식을 학습한다. 한 남성 내담자
는 아버지보다 더 ‘성공’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끊임없는
요구 때문에 직업적으로는 능력 있고 성공한 사람이 되
었지만, 돈을 탕진하다가 결국 재정적・감정적으로 모두
파산하고 말았다. 그의 삶은 겉으로는 이성적이고 자유롭
게 선택한 것으로 보였을지 모르나 실은 강력한 타자의 압
* 초기 자기감에 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며,
다행히도 모든 경험이 이렇지는 않다. 어떤 조건에서는 즐거움도 경험한
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서 아침상이 차려져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
는 것, 또는 오늘도 보람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말이다.
1. 잠정 인격이 만들어지다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