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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내가 겪는 문제가 정말 유독 나만 겪는 문제라고 생각
             하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 둘, 이 문제는 누구라도 쉽고 재

             빠르게 혹은 깨끗하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 그런 교훈을 모르
             는 바는 아니기에, 나 역시 그 ‘누구나 그렇다는’에 기대어 마음

             을 달래고 나를 도닥여보려 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 말 자체가

             내 고민의 말문을 막는다. ‘그래, 내가 힘내야지, 내가 잘해야지’
             하고 끝나고 마는 것이다. 좀 더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

             다면 좋으련만.

                학교에서 철학수업을 들으며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오늘날까
             지 이름을 남기는 대단한 철학자들이 그런 종류의 고민을 아주

             진지하게 다루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명확하게 선택할 수도, 시원시원하게 다음으로 나아갈 수도 없
             는 고민은 사실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꺼려진다. 말하면 말할수

             록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 들고, 해결할 수 없는 이야기로 분위기

             를 가라앉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고민을 계속 안
             고 있는 채로 넘어가지 못하는 나 자신이 잘못된 것 같은 기분

             이 든다. 나만 잘 하면 되는데, 내가 부족해서 계속 이런 이야기

             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왜 말할수록 더 답답하지, 내가 엄살
             부리는 걸까? 그러나 철학에서는 바로 그런 물음이 ‘해답을 찾

             아나가야 하는 주제’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던질 수밖에 없는

             물음’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고민을 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인생에 질문이 있다는 뜻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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