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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반드시 연인이 아니어도 좋고, 무엇보다 프롬은 나와 이 세계
와의 연결감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꼭 사람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 내가 살아가며 이 세상 속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느끼는지
의 문제이지요. 그래서 프롬은 ‘사랑이란 세계에 대한 태도’라고
도 이야기합니다. 앞서 창작을 말한 것처럼, 외로움을 벗어나는
길이 꼭 연애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내가 세상과의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면, 달리 말해 세상의 그 무엇이든 사랑의
태도로 대하며 연결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
의 활동입니다.
그러나 지독히 외로운 지금의 나에게는 그 어떤 사랑도 가
능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현재 외로움 때문에 너
무 가난한 상태라면, 내 힘으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이 좀처럼 들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사랑, 창작, 그 무엇이든 내
가 나서서 ‘하는’ 일에 엄두가 나지 않거든요. 그러나 우리는 의
외로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힘을 빼고
긴장을 푸는 일이요.
지금 잠시 책 뒤로 물러나서 숨을 크게 한 번 쉬어보시겠어요?
숨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오지요?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는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흡수되지는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가는 기분, 어떻게 해야 할까요?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