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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감자 샐러드를 먹었던 그날 이후로
거의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제 나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하지 않는다. 따듯한 엄마 품속 같았던 그곳을 떠나
혼자서 용감하게 세상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완곡하게 표현하
자면 나는 이제 ‘포트폴리오 노동자 portfolio career ’다. 한마디로 여기
저기에 발을 담그고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한 친구가 요즘에는 모
기지 대출 갚을 생각에 전전긍긍하면서 일감이 들어온 것이 없나
계속 이메일을 두리번거리는 일들을 그런 이름으로 포장해서 부
른다고 했다. 나는 스스로를 법의식물학자 forensic botanist 라 부른다.
물론 이런 이름만으로 내가 하는 일을 모두 포괄할 수는 없다. 나
는 식물에 관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엔터테이너이
자 강연자로도 일하고 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내
가 흥미를 느끼는 식물학 연구도 계속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보통 내 직업을 소개하면 처음 나오는 반응은 이렇다. “무슨
…… 식물학자요?” 가끔은 ‘식물학 botany ’이라는 단어를 두고 킥
킥거리는 사람도 있다. 식물학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한 사람
이 많고, 들어봤다고 해도 원예학 gardening 과 같은 말인 줄 아는 경
우가 많다. 원예학은 식물학자들이 연구해서 얻은 지식을 활용
1장 말 없는 목격자를 찾는 사람들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