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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 오늘은 저도 따라갈게요!”
“아이 깜짝이야. 왜 벌써 일어났느냐? 병영에는 왜?”
“필기구가 필요해서요.”
“아아. 그거 때문이라면 이 오라비가 이따 귀가할 때 챙겨다 줄 테니
좀 더 눈 붙이렴. 많이 피곤해 보이던데.”
“아니에요. 한시라도 빨리 기록해야 할 게 있거든요.”
“… 설아. 어제저녁부터 좀 이상해 보이는구나,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
“얘기하기 곤란한 거야? 알았다. 더 묻지는 않으마. 그럼 어서 채비
해서 나오렴.”
이미 나갈 준비를 모두 마친 나는 그대로 마당으로 나가 말 위에 올
랐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스름한 새벽이다. 오라버니를 따라서 병영에
도착한 나는 곧장 필기구가 있는 막사로 향했다. 내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 병사들은 가볍게 내게 인사를 건네고선 흔쾌히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나는 곧바로 탁자 위에 종이를 펼치고서 내 가장 옛 이름인 ‘서연’부
터 적었다. 이름을 기억하는 건, 당시의 나를 잊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서연이었던 내 삶의 어린 시절부
터 공부했던 모든 수학 이론을 시간 순서에 따라 적어 내려갔다.
고아원에서 모두 날 따돌릴 때, 내 유일한 즐거움이자 자랑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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