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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각에 어디서 필기구를 구할 수 있겠니. 정 필요하면 내일 내가

             병영에서 가져다주마.”

               “아… 안 돼. 율리우스 님… 흑흑…”
               “어? 설아. 지금 우는 거야? 아니 대체 무슨 꿈을 그리 꾸었기에?”

               나는 급한 대로 눈에 보이는 아무 돌멩이나 집어 들어 흙바닥을 종

             이 삼아 떠오르는 이름을 마구 써 내려갔다. 율리우스, 엘마이온, 크산

             티아, 아르키메데스, 헤르메이아스, 아일린, 카렌, 마델리아…
               하지만 절박한 내 마음과 달리, 쓰면 쓸수록 더 격해지는 슬픔은 내

             마음을 금방이라도 찢을 듯이 괴롭혔고, 글씨는 점점 더 엉망으로 뭉개

             져만 갔다.

               결국 난 돌을 내려놓고서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내 이름은 소니아. 아니, 서연이다.










               Ⅱ .



               지난 생의 기억을 밤새 복기하느라 잠은 한숨도 못 잤지만, 정신만

             큼은 또렷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잊혀갈 기억의 조각들에 조바심
             이 날 뿐이다.

               밖에서 오라버니가 나갈 채비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재빨리

             방문을 열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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