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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뜻 회피의 방어기제를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은 힘든 일이 자
           신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차지하고 있어서 나 말고 타인들에게 나누

           어줄 에너지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연인과의 약속을 취소하며 무슨
           일이냐고 묻는 연인에게 상황을 설명할 에너지도 안 생기는 거지요.

              그러면 이런 연인에게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요? 바로 섣부르게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고 공감을 보여주면 됩니다. 먼저, 연인의 말

           을 잘 들어주세요. 쉬운 것 같아도 쉽지 않습니다. 인간은 어느 정도

           자기 몰입적인 면이 있어서, 약속을 취소하고 소홀해진 연인에 대해
           왜 나를 서운하게 했는지 이유나 한번 들어보자는 마음가짐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영혼을 담아 진정한 경청을 하
           기 어렵습니다. 이는 연인과의 관계뿐만 아니고 모든 사람과의 대화

           에 공통됩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나의 사고방식으로 각색해서 듣
           는 게 우리는 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대화할 때는 나도 모르게 생각을 작동시킵니다. 그 생각

           은 주로 뭔가를 평가하는 내용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평가를 할
           때는 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는 진화론적으로 당연합니다. 뭔가 타는 냄새가 날 때 산불이 났으
           니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연인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알게 모르게 내 머릿
           속에 그동안 매트릭스처럼 쌓여온 지식과 경험이 연인의 말을 자동

           적으로 평가합니다. 흔히 말하는 가치판단을 합니다. 그런데 이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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